
나이가 들면 약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혈압약을 시작하고, 몇 해 뒤 당뇨약이 붙고, 관절이 아파 진통제가 더해지고, 잠이 안 와 수면제가 들어옵니다. 각각은 필요해서 시작한 것인데 어느새 아침마다 한 움큼을 삼키게 됩니다.
문제는 그 약들이 처음 처방될 때의 몸과 지금의 몸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신장 기능도, 체중도, 함께 먹는 다른 약도 그때와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번 시작한 약은 좀처럼 다시 들여다보지 않게 됩니다.
이 글은 하루에 여러 가지 약을 드시는 분과, 부모님 약봉지를 대신 챙기는 자녀분들을 두고 씁니다.
다섯 가지가 기준으로 쓰입니다

여러 약을 함께 먹는 것을 다약제라고 부릅니다. 연구들이 쓰는 기준은 대체로 약 다섯 가지 이상입니다. 만성질환도 둘 이상이면 복합이환으로 봅니다.
얼마나 흔한지를 살핀 체계적 문헌고찰이 있습니다. 여섯 개 데이터베이스를 훑어 연구 87편를 추렸는데, 65세 이상에서 다약제 비율이 연구에 따라 2.6%에서 86.6%까지 나왔습니다.
폭이 이렇게 넓은 것은 연구마다 정의와 조사 환경이 달라서입니다. 다만 어느 연구를 보든 나이가 들수록 약 가짓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공통으로 확인됩니다.
약이 많아지면 그만큼 서로 부딪힐 자리도 늘어납니다. 어지럽고 처지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나이 탓으로 넘기다가, 알고 보면 약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빼는 것도 치료입니다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을 따로 처방 줄이기 라고 부릅니다. 그냥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함께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줄여 가는 것을 말합니다.
몇 해 동안 다시 검토되지 않은 약을 들여다보는
근거도 쌓여 있습니다. 처방 줄이기가 실제로 할 만하고 안전하다는 쪽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환자에게 어떤 이득으로 이어지는지까지는 아직 물음표가 남아 있다고 총설은 적었습니다.
실제 진료에서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됩니다. 오래 먹던 약을 끊자고 하면 환자도 불안하고, 처방한 의사가 다른 사람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를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약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쉬운 증상들이 있습니다. 약이 늘어난 시기와 겹친다면 한 번 짚어 보실 만합니다.
● 일어설 때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하다
● 낮에 유난히 처지고 졸린다
● 입이 마르고 변비가 생겼다
● 깜빡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 자꾸 넘어질 뻔한다
특히 어지럼과 졸림은 낙상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한 번 크게 넘어지면 회복이 길어지니, 약 때문일 가능성을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면 되나

먼저 약 목록 한 장을 만드는 것부터입니다. 병원이 여러 곳이면 각 병원은 자기가 준 약만 압니다. 전체를 아는 사람은 환자 본인과 가족뿐입니다.
● 약 이름과 용량, 언제부터 먹었는지
● 처방한 병원과 과
● 처방 없이 사 드시는 것 - 진통제, 위장약, 영양제, 한약
● 끊었다가 다시 먹은 것
이 종이를 들고 진료 때 보여 드리면 됩니다. 약국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약국을 정해 두고 다니시면 그쪽에서 겹치는 약과 부딪히는 약을 걸러 줍니다.
스스로 끊는 것은 안 됩니다. 혈압약이나 심장약처럼 갑자기 멈추면 위험한 것들이 있습니다. 줄이더라도 순서와 속도를 의사와 정하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출처
Thompson W, McDonald EG
Polypharmacy and Deprescribing in Older Adults
Annual review of medicine / 2024
Nicholson K, Liu W, Fitzpatrick D, Hardacre KA, et al.
Prevalence of multimorbidity and polypharmacy among adults and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The lancet. Healthy longevity / 2024
Pazan F, Wehling M
Polypharmacy in older adults: a narrative review of definitions, epidemiology and consequences
European geriatric medicine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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